[천수천안] 머물 곳 없는 비구니 스님들

“한국불교가 이 시대에 부응하는 전법교화를 펼칠 수 있는 승가상을 구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교육원장스님의 말씀은 정말 반갑다. 또한, 전법교화활동 지원을 위해 4인 이상 승가모임의 전법활동에 대해서 연수 점수와 예산을 지원하는 ‘승가결사체의 전법교화활동 연수인증 및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니 더욱 고맙다. 스님들이 포교현장으로 나아가 전법교화를 할 경우 연수점수와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다.
불교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원의 혜안에 감사와 찬탄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전법활동을 위한 구체적 준비 없이는 교육원의 귀한 노력이 열매를 맺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님들이 산중에 있고, 도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은 사중 소임살기에도 바쁘다. 산중 수행을 마치고 전법교화의 원력을 내어도 도심에는 머물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석사, 박사를 어렵게 마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능력을 갖춘 스님들이 전법을 포기하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나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포교 원력을 세웠을 때, 사중 어른스님들의 도움으로 서울에 있는 사찰에 머물 수 있었다. 2002년 국제포교사와 불교상담 공부를 함께 하고 있었을 때 내가 머물고 있던 삼각산 봉정암 주지 스님께서는 늘 “자우스님이 포교를 하겠다니, 너무 고마워” 하시며, 포교할 사람이니 공부만 할 수 있도록 하게하라 명하셨다. 포교현장에서 지칠 때마다 내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어른스님의 사랑과 무언의 부탁은 피로를 날려버리는 청량제가 되었다. 선배 스님의 따뜻한 배려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스님이면 누구든지 학업을 편안히 마치고 전법의 선봉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불교는 세상을 향해 날개를 힘차게 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촛불 하나, 하나가 모여서 어둠을 밝히듯, 작은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스님들의 원력을 돕고, 중생을 위해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게 할 터전들이 이곳저곳에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불교신문3372호/2018년3월3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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