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교리, 염불 잘하는 것보다
나와 남을 있는 그대로 보기위해
늘 깨어있는 ‘열린 마음’ 수행자

아침 공양을 마친 이른 아침,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굴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전화를 받으니 “자우야~” 하시는 목소리는 반가운 노스님이었다. 뜬금없이 “자우야, 잘 살아야 한다”고 하신다. 사랑과 염려가 가슴으로 전해온다. ‘과연 스님으로 잘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법당에서 절하고 기도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깊은 산속 선방에서 왕래를 끊고 화두 삼매에 드는 것일까?’ 나의 머릿속은 순간 혼돈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노스님,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예요?” 그렇잖아도 포교를 하면서 만나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 과연 스님으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던 차였다. 노스님은 출가 후 평생을 선원에서 참선수행을 하신 분이다. 그런 분의 답은 아마도 중노릇의 정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거창한 답을 기대했다. ‘과연 평생을 산사에서 지내며 참선 정진하신 스님의 답은 무엇일까? 아마도 다 쓸 데 없으니 당장 그만두고 산으로 돌아와 화두나 들어라 하지 않으실까?’
노스님은 나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의외의 답을 하신다. “나도 모른다.” 순간 나의 가슴이 펑 뚫렸다. ‘아! 이것이구나.’ 답이 아닌 답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솔직한 노스님의 대답은 인생의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언어 너머의 생각을 전해왔다. 인생은 살수록, 스님 생활을 할수록, 아는 것 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내가 무언가 안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에 묶여 있을 때 고통은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참선만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리를 모르고 참선만 하면 안 된다고 교리가 더 중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염불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맞는 수행이라고도 한다. 과연 무엇이 맞을까? 아무리 참선이 최고라고 해도 선방에 앉아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일념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며, 삶속에 실천하고 있는 사람만 못할 것이다. 결국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느냐가 수행자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망상을 부처님 마음으로 돌리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이기심을 커다란 연민으로 돌릴 수 있는 그런 수행자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수행이 지금은 나에게 맞을 지라도 언젠가 나의 주변의 인연이 달라졌을 때 다른 수행이 더 맞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의 수행자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포교를 하든, 참선을 하든, 교학을 하든, 사람들이 스님들에게 원하는 것은 스님다움이다. 세상이 생각하는 스님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말과 마음이 따뜻하고, 행동이 고요하면서 절제가 있고 가식이 없이 솔직한 그런 모습. 사실, 그런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요리사가 음식을 할 때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살피듯, 스님이 먼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장점은 더욱 부각하고 단점은 솔직하고 겸허히 인정할 때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님으로 잘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나와 남을 있는 모습 그래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함에 있어 늘 깨어있는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물고기가 자면서도 눈을 뜨고 있듯이 말이다.
[불교신문3194호/2016년4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