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네 절 내 절, 편 나누기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왜 우리는 부처님 법을 전하고 부처님 도량을 만드는데 네 절, 내 절을 가르고 있을까? 부처님 가르침 아래 모두가 아들, 딸들이라는 큰 마음으로 인연 따라 불사의 마음을 모아 이 땅에 불국토를 실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스님에게 불사를 한다는 것, 부처님 도량을 만든다는 것은 늘 가슴 뛰게 하는 일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포교원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사 스님과 노스님께서는 평생 참선수좌이셨기에, 원력만 가지고 도심포교에 뛰어든 나의 삶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누구나 포교의 중요성을 입버릇처럼 말하기에 일단 시작만하면 불자들의 마음이 모여 도심 속 도량을 일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었다. 아마 다른 스님들도 나처럼 도심포교당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월세 60만원에 법당 포함 24평. 작지만 온 우주의 불보살님을 청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걱정과 고통을 녹여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도량을 열었다. 조금씩 인연되는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입소문으로 소개를 받고 스님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는 길을 설명해주고 기다렸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찰 겉모습이 너무 허름해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단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특히 겉모습이 중요한 듯하다. 하지만 ‘도량이 작고 허름하다고 부처님의 가피가 없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전법포교를 하다 보니 도량불사의 인연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불사금이 턱없이 모자랐다.
한 걱정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우빼까 합창단 단원 중 지금은 쉬고 있는 보살님이다. “스님, 불사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크게 동참하고 싶은데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제가 죄송하고 답답해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성을 모아보겠습니다. 권선문 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스님의 말씀과 활동사진도 함께 있으면 좋겠어요. 저야 스님의 원력을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해요.” 순간 ‘아!’ 하고 알아지는 것이 있다. 이것은 소통의 문제다. 지금껏 나는 그냥 사람들이 알아서 불사에 동참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곧 바로 모연 취지글을 만들고 지금까지의 활동사진을 정리해서 한권의 권선문을 완성했다. 뒤에는 주소와 이름 동참금을 적을 칸도 만들고 나니 그럴듯하다.
‘보살님 같은 마음을 가진 또 다른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만일 100명의 화주자가 100명의 시주자에게 1만원씩이라도 시주를 받는다면…’ 하는 마음으로 넉넉히 복사를 하고 주변 분들에게도 권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소중한 마음을 내주셨다. 결국 그 보살님의 마음은 작은 마음이 아니라 큰 마음이었던 것이다. 작게라도 최선을 다하여 동참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나에게 와서 다른 시주님들을 만나 불사를 원만히 회향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서 물질적으로 보시를 많이 하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인 마음으로 한 발자국 내 딛는다면 그 마음이 상상 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반면 어느 날, 화주자 중 한 분이 나를 찾아와서는 화주책을 내려놓는다. “스님 죄송하지만 더는 못하겠어요. 주변에 신심 있는 불자들이 있어서 쉽게 모연을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권선문을 가지고 갔는데 자기는 자기 사찰 불사가 아니면 안 한다고 하네요. 괜스레 의만 상하고 실망하게 돼 마음을 다쳤어요” 한다.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면서 마음이 아프다.
왜 우리는 부처님 법을 전하고 부처님 도량을 만드는데 네 절, 내 절을 가르고 있을까? 부처님 가르침 아래 모두가 아들, 딸들이라는 큰 마음으로 인연 따라 불사의 마음을 모아 이 땅에 불국토를 실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불교신문3323호/2017년8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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