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천안] 여관 가야한다는 스님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스님들은 출가하며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수행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진다. 그런데 금강석 보다 단단한 초발심은 몸이 아프면서 약해진다. 옛 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지만 스님들은 숨긴다. 수행이 철저하지 못해서 병고가 찾아왔다고 자책 하기 때문이다. 병수발 하기도 받기도 어렵다.
사중 살림이 바쁘다보니 병으로 누워있는 도반을 이해하고 돌 볼 여력이 없고 보살핌 받아야하는 당사자도 불편해한다. 나도 한 때 병든 수행자였다. 암 진단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머물 곳이 없었다. 수술 후도 마찬가지였다. 스님이 아프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예순을 넘긴 듯 했다. 공부하고 포교하는 스님들을 위한 ‘나란다수행관’ 기사를 보고 전화했다고 한다. 몸이 많이 좋지 않아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 전, 후로 있을 곳이 없다고 한다. 거처할 사찰을 찾지 못해 여관에 가려던 참에 나란다수행관 기사를 보고 전화한 것이다.

수행관에 머물 수 있느냐고 묻는데 난감했다. 나란다수행관에는 방이 6개뿐이다. 5개는 석. 박사 과정과 포교하는 스님이 쓴다. 작고 창문이 없는 방은 서울에 잠깐 다녀가시는 지방 스님들을 위한 객실이다. 창문도 없는 객실 또한 인기가 좋아 늘 스님들로 붐빈다.

똑같은 처지에 놓여 당황했던 그 때 일이 떠올랐다. 서울 경기도에 절이 몇 곳인데, 병든 노스님 한 분 거처할 곳이 없어 여관을 전전하게 내버려둬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기에는 현실이 급박했다. 많은 고민 끝에 제2수행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곳은 아픈 분들이 서울에 오면 지낼 수 있는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하고 이름을 ‘비로자나 쉼터’라고 지었다.

모든 것 내려 놓고 부처님만 바라보고 출가했지만 아프면 갈 곳이 없는 것이 우리 승가의 현실이다. 출가자가 줄어들었다며 종단이 나서 출가수행 장려운동을 펼치는데, 이미 출가한 스님들이라도 잘 보살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390호/2018년5월5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