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합장인사
 

 
그녀의 합장은
내가 수행과 포교에
나태해질 때마다
나를 경책해왔다
불자들에게 합장을 받는
승가의 한 사람으로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안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될 것을
오늘도 다짐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합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합장한 모습은 숭고하고 우리로 하여금 겸허한 그 어떤 힘을 느끼게 한다. 조계사 부근에서 혹은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나를 보고 합장 반배하는 불자들을 많이 만난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사이에 흐르는 이심전심의 마음은 참으로 따뜻하다. ‘승가에 귀의합니다. 스님이 계시기에 의지할 곳이 있고, 스님의 청정한 수행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 또한 승가와 한마음이 되어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오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의 합장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는 스님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간절한 마음처럼 마음으로, 몸으로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당신의 행복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그대가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기도합니다.’ 합장을 함께 하고 옷깃을 스칠 때마다 내 마음에는 커다란 울림이 있다. 그런데 종종 이런 이심전심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모습들을 본다. 불자는 배운 대로 거룩한 합장을 하는데 이를 받는 스님들이 가벼이 여기며 지나간다. 어떤 경우는 받지도 않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 일요법회를 마치고 몇 명의 신도들과 “어떻게 하면 전법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가벼운 토론을 하였다. “스님, 저는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합장만 잘 해주셔도 포교가 잘될 것 같아요. 길 가다 스님을 만나 합장인사하면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얼마나 민망한지 몰라요. 제발 인사 좀 잘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저희에게는 스님들 만나면 꼭 합장인사를 하라고 가르치시면서 받지 않고 지나가시면 정말 속상해요”라고 한다.
 
우리 스님들은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무시해서가 아니고 익숙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불자들의 합장을 받는 것이 스님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가 않다. 이것은 어쩌면 한국불교 포교방법의 모자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출가했을 때 초발심자로서 스님들을 만나면 언제 어디서든, 안면이 있든지 없든지 합장반배를 정중하게 하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신도들을 만났을 때 합장을 정중하고 마음모아 받으며 어떤 축복의 말을 하라고 섬세하게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우리가 배운 것은 신도와는 거리를 멀리하고, 말을 줄이고 내면을 관하라고만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신도의 합장을 받으면 익숙하지가 않다. 일찍이 신도들이 절에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익혔다면 아마도 이런 현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찰에 왔을 때, 스님이 반갑게 맞이해준다면 누구든지 마음이 편하고 또 오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깊은 교리를 가르치기 전에 마음을 열게 해주는 편안함을 모든 사람들은 원한다. 8년 전 스위스를 다녀오다 프랑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야 하는 일이 있었다. 목이 말라 마트에 들어가서 물 한 병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해달라고 하니 점원이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놀라서 왜 돈을 안 받느냐고 했더니 여린 미소로 합장하며 스님이니까 공양 올리겠다고 한다. 가슴이 ‘찡’하며 정신이 번쩍 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우리 사이에는 성스러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승가에 귀의하는 거룩한 합장이 흘렀다. 그녀의 합장은 내가 수행과 포교에 나태해질 때 마다 나를 경책해왔다. 불자들에게 합장을 받는 승가의 한 사람으로서 누가 되지 않도록 그 어떤 행동도 조심조심 살얼음 걷듯이 하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안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될 것을 오늘도 다짐해본다.  


[불교신문3350호/2017년12월2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