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는 아이 마음 읽는 데서 시작
우리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세 번을 크게 놀란다고 한다. 먼저 ‘비로자나국제선원’이라는 이름이 워낙 커서 아주 크고 멋진 사찰을 생각하고 왔다가 작고 허름한 포교당임에 놀란다. 두 번째는 신문이나 지인을 통해 나를 알게 돼 당연히 ‘비구’ 스님이겠지 하고 왔는데 “어서 오세요”라고 반길 때 ‘비구니’임을 알게 돼 놀란다. 세 번째는 작은 포교당인데 진행돼 가고 있는 프로그램들과 체계적인 진행이 큰 사찰에 비해 하나도 모자람이 없음에 놀란다. 특히 토요일이면 오후1시부터 법당을 운동장 삼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많은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또다시 놀란다. “스님! 이렇게 법당에서 뛰어다녀도 됩니까?”라고 한다. “그럼요. 부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계셔도 아마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뛰어도 좋다고 하셨을걸요. 아이들에게는 신나고 재미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어린이포교는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아이가 돼서 어떤 느낌일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아이라면 즐거운 도량이란 어떤 것일까? 가고 싶은 사찰은 어떤 곳일까? 먼저 반갑게 인사해 주는 곳이어야 한다. 스님과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가능한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아이가 오면 큰 소리로 “~ 왔니? 오늘 아주 멋지구나! 더 예뻐졌는걸!”하고 과할 정도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무조건 칭찬을 찾아서 해주면 좋다. 그것이 비록 작은 것이라도 말이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어린이 영어담마스쿨이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러다보니 코흘리개 꼬마들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됐다. 이렇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는 가슴 벅차고 감동적이다.
지난주에는 최근에 선원을 다니게 된 삼남매가 일찍 도착했다. 막내에게 “선우야! 스님은 왜 너만 보면 기분이 좋을까?” 했더니 “몰라요” 한다. 쌍둥이 누나들에게 물었다. “세빈아! 세영아! 스님은 왜 너희만 보면 기분이 좋을까?”했더니 “몰라요”하며 쑥스러워 한다. 그때 갑자기 올해 여덟 살 된 막내가 “아! 알겠어요” 한다. “뭔데?” 했더니 “우리를 사랑하니까요.” 선우의 대답에 우리 모두는 “맞아” 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나를 항상 사랑해주는 곳, 항상 내 편이 돼주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곳으로 가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이 일주일 내내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사랑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어서 일 것이다. 사찰은 바로 이렇게 사랑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나의 편이 되어주는 그런 곳. 어머니의 사랑이 무한하듯 사찰 또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나누어 주는 곳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사찰에 오면 무엇이든지 주어야 한다. 특히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아이와의 관계가 힘든 부모들이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아이와 소통하고 싶다면 물어 보라.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 ※ 1992년 영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자우스님은 지난 2006년 서울 홍제동에 비로자나국제선원을 개원하며 내외국인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있다. 2002년부터 국제포교사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제25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