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도심에 살기에 도심에 살고
중생이 아프기에 함께 아파하는
그 마음 이해하는 분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포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의 미래를 위해서. 포교야말로 “이 시대의 절체절명의 소명”라고 말한다. 중생구제를 위해서. 그리고 스님들이 이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중생을 외면한 스님은 스님이 아니라고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도심에 사는 스님은 진짜 스님이 아니라고 한다. 아! 어쩌란 말인가?
제방에서 수행 후 해외에서 처음 포교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괴로워하는지를 처절하게 느낀 후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그들과 함께 할 것을 서원했다. 그렇게 해 탄생한 것이 지금의 비로자나국제선원이다. 이왕이면 타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서울, 경기권의 불교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에 개원했다. 그것도 월세 60만원으로 말이다. 그러니 법당도 아주 작고, 부처님도 아주 작은 부처님을 모셨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무모하다고도 했고, 누군가는 용감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늘 허공을 가득 채운 크기의 부처님이 계셨고, 작지만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펴지는 법당은 대해처럼 넓었다. 새벽 예불을 올릴 때마다 ‘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세세생생 따라다녀 그 중생을 구제하리라’ 는 보살의 서원을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신도님에게 “보살님, 절에 자주 오세요. 기도도 함께하고요”했더니 아주 난감해 한다. “스님,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남편 때문에 눈치가 보여요” 한다. 의아해하며 “왜요?” 했더니 “저의 남편이 이 절에 나가지 말래요. 저는 스님이 좋은데”하고 말꼬리를 흐린다. 마음에 ‘쿵’ 소리가 났다. ‘혹여 내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불안해하면서 “이유가 뭐죠?”라고 물었다. “스님이 산속에 있어야 진짜 스님이지 도심에 와서 사는 스님이 뭐 제대로 된 스님인가? 그리고 기와로 돼 있지도 않고 허름한 건물에 절 같지도 않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마음이 씁쓸하다. ‘아! 이것이 일반인들에게 보여지는 도심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의 모습인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의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 장소에서 응급실로 옮기는 도중 앰뷸런스에서 사망하셨단다. 젊은 남편은 대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세 명의 자식들에게 한마디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난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힐까를 생각하며, 목탁과 요령을 챙겨 들고 장례식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아빠의 영전 앞에 슬피 우는 아이들, 힘없이 넋을 놓고 있는 어머니, 눈물을 애써 참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장례 절차를 밟고 있는 아내. 나는 국화꽃 한 송이와 잔을 올리고 염불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앞에 나는 이야기한다.
‘거사님, 제가 서울에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네요. 보살님과 아이들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함께 해 줄게요. 제가 도심에 살기 정말 잘 했죠?’ 나는 3일을 꼬박 그 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는 다시 묻는다. “거사님, 저 아직도 진짜 스님 아닌가요?”
중생이 도심에 살기에 도심에 살고, 중생이 아프기에 함께 가슴 아파하는 그런 스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어느새 따스한 봄빛을 받은 나뭇가지가 설레는 마음으로 새싹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불교신문3188호/2016년3월26일자]